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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

꽃밭을 만들다

분꽃향기 2020. 7. 13. 18:45

올 해는 서곡리밭가에 꽃밭을 만들었다.

그동안 씨를 뿌려 보았지만 풀을 매주지 않아 2~3년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올 해는 꽃을 보게 되었다.

 

투병을 하고 있는 남편은 밭에 나가면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하였다.

약을 안치는 우리 밭은 벌레가 많다.

벌레가 무서워 난 가기 싫었지만  남편을 따라 나섰다.

매일 밭에 나가 작은 벽돌과 돌멩이를 주어다가

꽃밭 경계를 만들고 꽃모종을 얻어다가 심었다.

풀을 뽑아주면서 벌레와 모기에 물리기도 했다.

그래도 난 유년의 꽃밭을 상상하며 꽃을 심었다.

 

우리 할머니가 가꾸던 꽃밭이 내 마음에 그림처럼 펼쳐졌다.

우물가의 채송화, 장독대가의 봉선화, 담장을 타고 오르던 나팔꽃,

담장 옆의 최키화.(도종환 시인의 접시꽃이란 시를 읽고나서야 최키화가 접시꽃인 것을 알았다)

 

할머니가 만든 꽃밭에는 하얀 백합화, 연분홍 함박꽃, 빨간 맨드라미, 붉고 노란 백일홍 등이

꽃불을 밝히고 향기를 뿜어냈다. 할머니를 생각하며 꽃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다.

꽃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심성이 향기롭고 착하셨던 우리 할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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