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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멋진 날에...

분꽃향기 2011. 12. 12. 23:30

2011. 12. 12(월)

 

 

 

<광화문 연가>

 

  형님께서 주신 음악회 티켓 두 장을 들고 충남대학교 교정을 찾았다. 교문 오른쪽에 있는 정심화홀에서 열리는 유명가수의 콘서트를 구경하기 위해서...

 

  1,500석의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멋진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사이를 지나서 우리 부부는 D열 앞쪽 128, 129번 좌석에 앉았다. 화려한 조명불빛과 함께 <12월 어느 멋진날>이란 화면을 보면서 무대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약간 상기돼 있었다. 충대 앞 유명한 중국집에서 짬뽕 한 그릇을 맛있게 먹은 터라 분위기에 휩쓸려 느긋하게 30분을 기다렸다.

 

  오프닝 무대로 먼저 <다이아>팀의 멋진 아카펠라 노래다. 화음이 멋지다. 요즘은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는 옥주현이 나왔다, 나가수에서 부른 노래들을 멋지게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음량도 풍부하고 거침없이 터져나오는 목소리가 시원했다. 이어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서 유명해진 가창력있는 장혜진의 노래에 힘껏 박수를 쳐주었다. 내가 아는 노래가 아니라 조금은 시들했지만 열창이었다, 앵콜송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나는 <나는 가수다>에서 처음 본 사람이다. 장혜진이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겠다.


  마지막을 장식할 가수가 나왔다. 이문세다. 내가 아는 여사관 윤희정이 아가씨적 미칠정도로 좋아했다던... 그러나 지금은 영문 사역에 바뻐서 이문세 이야기를 해도 시들하다. 불러 올려서 이문세를 보여주려했는데 불발되었다.

이문세는 역시 베테랑이다. 무대를 이끌어가는 폼이 객석을 들었다, 놨다 휘저어 놓았다. 조용한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로만 알았는데 대동한 댄서와  함께 춤을 추는 이문세에 압도되어 아~악 아~악~ 소리질러대는 관객들이  아이돌 가수에게 열광하는 청소년들 못지 않았다. 솔직히 이문세노래를  제대로 부르는 것이 하나도 없다. 박수를 쳐주며 앵콜~앵콜~소리치며 즐거운 분위기와 함께 2시간을 보냈다. 오늘부터 나도 이문세 노래를 좋아할 것 같다.


  오늘은 집에 가서 이문세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리라 생각하였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싸이트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 "광화문 연가" 두 곡을 계속해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광화문 연가의 가사와 멜로디는 무척 감미롭고 감성적이다.

 

  언덕 밑 정동길의 눈덮인 조그만 교회당...


  그러나 나의 광화문 연가는 노래처럼 사랑스럽고 감미롭지만은 않다. 나는 70년대 말에 광화문에 있었던 구세군 사관학교를 다녔다.  최규하 임시 대통령 시절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기 전, 암울한 시대였다. 광화문 풍경은 살벌하였다. 광화문 4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한 시민과 학생들의 시위현장이 떠오른다. 민주화의 봄을 기대하던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군사정권이 들어서려는 찰나였던 것 같다. 어린 나로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정동길로 쫒기는 학생들을 보며 어렴풋이 무섭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수요예배 실습영문을 나섰다가 최루가스로 자욱한 거리를 헤메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목요연합예배가 있는 날이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가로전도를 하였다. 북과 탬버린을 치며 찬양을 하고 복음을 전하였다. 12월이면 광화문 지하도에서 명동거리에서...자선냄비 모금을 하였다. 30여 년 전 자선냄비를 할 때 방송국에서 현장을 취재해갈라치면 더욱 낭랑한 목소리로 힘차게 불우한 이웃을 돕자고 외쳤다. 확실히 난 무대체질인 것이 맞다. 평소엔 수줍음을 타다가도 강단에 서면 담대해 진다.


난 몸이 쉽게 피곤해지는 체질이다.  거기에다 척추수술을 크게 하여서 늘 허리가 시원찮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라치면 없던 기운도 솟아나는 것 같다. 분명히 하나님이 주시는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세월을 따라 30여 년을 왔다. 오늘은 광화문 연가를 듣다가 풋풋한 시절 사관학생으로 돌아가 그 세월을 되짚어 본다.  사관학교는 과천으로 옮겨갔지만 구세군 중앙회관이 서울 문화 유적지로서 나의 추억의 장소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걸어 2층 강의실로 올라가 공부할 때의 그 아련한 추억이 광화문 연가를 계속 듣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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