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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함께

분꽃향기 2024. 3. 3. 16:29

칼란디바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하나님이 맺어주신 당신과 함께 구세군사관학교에 입교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교회 어른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으로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던 때였지요. 싱싱한 젊음과 뜨거운 열정으로 주께 헌신한다는 것은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습니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라는 찬송을 부르며 모든 것을 주께 바치겠다는 믿음으로 첫 임지 충북의 작은 시골마을 구세군교회에 부임하였습니다. 성도들과 힘을 합하여 5년 만에 빨간 벽돌의 아담한 교회를 건축하고, 헌당예배를 드릴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난하였지만 참 행복한 목회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구세군 사관으로서의 36년 6개월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명예롭게 은퇴를 하여 강원도 소도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 살다가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과 동관들과의 헤어짐이 허전하였지만, 은퇴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함께 숲길을 걷고, 함께 도서관에 다니면서 인문학 강의를 듣고,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등 은퇴사관에게 주어진 여유로운 특권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부부사관으로서 우리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늘 함께였습니다. 언제나 함께 일줄 알았는데 갑자기 당신에게 병이 찾아와 헤어져야 할 조짐이 보였지만, 당신은 분명히 이겨내고 항상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3년 5개월의 투병 기간 동안에 두려움이 엄습할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며 용기를 내었습니다. 수술 후에도 잘 회복하여 당신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우렁찼습니다. 위기를 겪은 후에 우리는 더 애틋하게 사랑하며 서로 격려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부부 간의 사랑과 정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하신 후에 당신을 불러 가셨습니다.

 

  “살베이션 아미! 월리엄 뿌스! 할렐루야! 세계의 구원은 나의 소망이다!”

  당신은 병상에서도 하나님 사랑과 구세군사랑을 표현하였습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당신이 사랑했던 귀여운 손자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내 손을 꼭 잡고 이 세상에서의 소풍을 끝내고 하나님 품에 안겼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당신과 나는 함께였습니다. 당신과 헤어지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 힘든 일이었지만, 당신은 사명을 다 마치고 주 안에서 복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당신이 고백하였던 글을 찾아서 여기에 적어 봅니다.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나 같은 죄인이 하나님께 옳게 인정함을 입어 복음 전할 부탁을 받았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피 끓던 청년 시절, 결핵으로 쓰러져 건강을 잃고 방황하던 나를 고쳐주시고 하나님을 다시 찾게 하셨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죽을병에서 살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주의 종으로 부르시고 구세군 사관으로 세워 주셨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사랑하는 김계숙과 결혼하여 구세군사관학교 54기구원선포자로 입교하여 구세군사관이 되게 하셨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 임명받아 36년 6개월의 긴 사역의 여정 속에서 어느 곳이든지 복음 전할 사명의 각오를 새롭게 하며 나아가게 하셨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구세군사관으로 산 것이 나의 일생에 최고의 축복이요 영광이라고 고백하게 하시니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당신의 간증이 나의 간증이요, 당신의 고백이 나의 고백입니다. 한 평생 우리는 늘 붙어 다니면서 주의 일을 하였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서로 의논하고 기도하면서 주의 일을 감당하였습니다. 같은 마음 같은 믿음으로 당신과 함께 걸어 온 구세군 사관으로서의 36년 6개월의 사역이 어려움도 많았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최고의 남편이었고 존경하는 사관님이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어쩌다 나에게 강단에 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설교를 하고 내려오면 “당신 최고! 참 잘했어.”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로 토라져 있으면 먼저 와서 웃어주고 풀어주던 당신이었습니다. 은퇴 후에도 그 칭찬은 계속 되었습니다.

 

  “당신은 나이를 먹어도 참 예뻐!”

 

  우리 집 창가에는 매일 밤 큰 별이 찾아옵니다. 반짝반짝 말없이 나를 지켜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아시고 별을 보내주셨구나 생각합니다. 반짝이는 별로 찾아 온 당신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여보, 나 씩씩하세 잘 살게요. 응원해주세요.”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함께였던 우리 부부!

 사별의 충격이 너무 커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하늘나라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

 

 

  김계숙사관 / 새가정 202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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