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마포영문
구세군 마포교회 마당
분꽃향기
2008. 11. 19. 08:19
우리교회 마당에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서 있었다.
이름하여 은숙이와 은철이...
그런데 나뭇잎이 지붕의 물받이를 막아서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앞집의 항의에
어느 날 한 그루를 베어내고 말았다.
갑자기 혼자가 된 은숙이는 그 지독한 외로움 가운데서도
봄이되면 연두빛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잎을 피워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람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여름이면 가끔 은행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에 앉아서
책을 보기도 하고 멀리 하늘을 보기도 하였다.
늦 가을, 아니 초겨울, 교회마당이 은행잎으로 가득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노랗게 물들어 보지도 못하고 떨어져 버려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낭만의 사관님은 주일날 낙엽밟기축제를 해야한다면서 낙엽을 쓸지 못하게 한다.
해마다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낙엽을 한 웅큼 집어던지며...
낭만의 가을을 즐길 줄 아는 마포종점의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는 은행나무가 들려주는 내려놓음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으시길...
가을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볼 주일을 기다리면서...(2008. 11. 19)